우주, 그 신비로의 여정 : 아인슈타인에서 스티븐 호킹까지
‘이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무엇을 목적으로 변화하고 있는가?’ 현대문명은 과학의 발달과 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눈부시게 발전하였고 인간의 사고와 삶의 질도 놀랍게 진화했다. 우주 생성과정과 우주의 극미 및 극대 세계의 신비를 밝힌 현대물리학과 천문학의 연구성과는 가히 경이롭기까지 하다. 특히 빅뱅우주론(대폭발 우주론)은 우주에 대한 지금까지의 모든 관측사실을 다 설명하는 유일한 우주론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우리 우주의 기원과 운명,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원소)의 생성과정, 현재 우주의 모습과 진화의 역사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우주론이란 무엇인가
동양에서 ‘우주’(宇宙)의 어원은 중국 전한시대 「회남자淮南子」의 ‘왕고래금위지주往古來今謂之宙, 천지사방상하위지우天地四方上下謂之宇’에서 찾을 수 있다. 풀이하면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것을 주(宙)라 하고, 사방과 위아래를 우(宇)라 한다. 주는 시간을, 우는 공간을 의미한다. 우주는 시공간 그 자체라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우주를 코스모스Cosmos와 유니버스Universe로 표현한다. 코스모스는 질서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고, 유니버스는 하나로 정리된 것이라는 라틴어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동서양의 용어를 정리하면, 우주는 삼라만상(물질과 에너지)을 담는 시공간 그 자체이며 이 우주에는 하나로 설명가능한 정리된 질서(이법, 법칙)가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우주론을 코스몰로지cosmology라고 한다. 서양의 우주론은 내용면에서 볼 때는 우주의 고고학 역사학 경제학 미래학을 하나로 통합한 학문이며, 연구에 동원되는 도구면에서 볼 때는 물리학 수학 천문학 공학의 연구성과를 종합한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빅뱅 이후 38만년이 지나 우주가 투명해졌을 때 빛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빅뱅 이후 우주공간에 가득 차 있는 열의 잔해로서 전파형태로 나타남)는 고고학 그 자체이고, 우주 전체의 에너지평형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우주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경제학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주의 팽창이 계속될지 아니면 언젠가 팽창을 멈추고 수축으로 돌아설지 등 우주의 운명과 관련한 문제는 미래학에 속하는 문제인 것이다.
오늘날은 학문 영역이 통합되고 있어 그 구분이 모호한 입장도 있지만, 천문학은 직접 천문을 관측하는 것이고 우주론은 물리학을 통해 이론을 구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관측 결과를 물리학적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새로운 이론을 확인하기 위해 관측하는 경우도 있다. 천문학은 경험적 실험적이고 우주론은 이론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현대우주론에서는 천문 관측과 물리 이론의 밀접한 연계가 중요하다.
허셀: 존재론적 우주(근대우주론)
현대과학의 우주론은 20세기 들어 100여년에 걸쳐 혁명적으로 발전한다. 우주론 혁명 전의 19세기 및 20세기 초의 서양인들은 우주의 크기가 변치 않고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에 따른 크기 변화가 없는 우주관이었다. 그 크기 역시 우리 태양계가 속해 있는 은하의 크기인 10만 광년 정도였다. 최신 우주론이 밝히는 크기(137억 광년)에 비해 너무나 아담한 사이즈다.
19세기 대표적인 천문학자로 윌리암 허셀William Herschel(1738~1822, 독일)이 있다. 그는 그때까지 밝혀진 별들의 거리와 방위를 종합하여 그림과 같이 태양을 중심으로 한 우주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19세기, 20세기초까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생각한 대표적인 우주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사람들은 우리 은하가 우주 전체라 생각하고 우주의 크기는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고정된 우주론을 갖고 있었다.
아인슈타인: 시공에 의해 변형된 우주
현대우주론은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으로부터 출발한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특수상대성 이론을, 이후 1915년 11월에 베를린에서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이 이론은 휜 공간과 변형된 시간을 이용하여 중력을 설명하는 수학적인 구조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은 우주의 네 가지 힘(강한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 중력) 가운데 중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특히 큰 중력을 가진 거대 천체를 다루는 연구에 필수적이다. 2년 뒤 아인슈타인은 그의 새로운 이론을 전체 우주에 적용하는 ‘우주론적 고찰’이라는 두 번째 논문을 제출했는데 여기에서 모든 현대 우주론이 시작된다.
그는 일반상대성 이론을 우주에 적용해 보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별들 사이에 인력이 작용하니까 서로 끌어당겨 결국 우주의 모든 별이 다 모여야 한다. 결국 우주는 스스로 쪼그라들어 붕괴되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20세기 과학혁명 전의 우주관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에게 우주는 크기가 전혀 변하지 않는, 균형을 잘 잡은 완벽한 공간이었다. 우주가 수축해서 붕괴되는 비극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일반상대성 이론의 방정식에 우주상수를 도입한다. 우주상수는 일종의 반중력 개념이다. 우주상수는 인력에 반대방향으로 팽창시키는 요인인 것이다. 중력상수를 단 일반상대성 방정식은 우주를 쪼그라들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변하지 않는 우주에서는 시간의 개념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프리드만: 팽창하는 우주
아인슈타인이 고정된, 크기의 변화가 없는 안전한 우주 모델을 주장하는 동안 러시아의 수학자 알렉산드르 프리드만Aleksandr Friedmann은 팽창하는 우주모델을 제시한다. 서구에서도 다소 고립된 러시아에 있다 보니 그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늦게 접하게 된다. 프리드만은 아인슈타인이 우주상수를 억지로 도입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과감히 우주상수를 0으로 놓았다. 우주를 변하지 못하게 묶어 놓았던 우주상수가 사라지니 우주는 어떤 형태로도 변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 현재 미래에 따라 크기가 변하는 역동적인 우주가 된 것이다. 우주에 ‘시간 개념’이 도입된 역사적 순간이었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역동적인 우주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역동적인 우주에서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진다. 여기서 현대우주론의 의문이 시작된다. ‘과거에 우주는 어떤 모습이었고 앞으로 미래에는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우주의 기원과 운명에 대한 질문이다. 프리드만은 먼저 우주의 과거를 생각했다. 중력에 의해 별들이 한 점으로 뭉쳐져야 하는데 현재 우주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그는 먼 과거에 우주가 팽창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생각했다. 별들이 어떤 원인에 의해 내던져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별들이 중력에 의해 쪼그라드는 것을 방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의 미래는 세 가지일 것이다. 다시 쪼그라들던가, 유지되던가, 영원히 팽창한다. 프리드만의 이 우주 모형은 지금도 교과서에서 배운다. 1922년의 사건이었다. 현재는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르메트르: 진화하는 우주(빅뱅우주론)
현대과학의 우주론은 일반적으로 빅뱅우주론(대폭발 우주론)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빅뱅우주론은 우주가 빅뱅Big Bang으로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하나의 우주 알에서 어느 순간 문득 대폭발(빅뱅)이 일어나 우주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우주는 태어난 시간이 있으며 시공간으로 팽창하는 역동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원래 빅뱅가설은 벨기에의 신부 과학자 르메트르Abb Georges Edouard Lematre(1894~1966)에 의해 ‘역동적으로 진화하는 우주모델’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제시되었다. 현재는 이 이름보다 빅뱅이론, 빅뱅우주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빅뱅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 빅뱅설을 반대하는 정상우주론 진영의 호일Fred Hoyle이라는 과학자다. 가모브George Gamow의 팽창 우주론과 경쟁하던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어떻게 우주가 ‘아주 크게 빵(Big Bang)’하면서 시작했겠냐고 비아냥거렸다. 그의 이 조소가 오늘날 쉽고 호소력 있는 ‘빅뱅’이라는 이름을 선물해준 것이다. 빅뱅이라는 이름에는 이런 아픈 역사(비아냥)가 있어 이후 빅뱅론자들이 그 이름을 바꾸고자 공모했는데 빅뱅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이 허블에 의해서 증명된 이후 우주론은 급속하게 발전한다. 팽창을 하기 위해선 시작이 있어야 한다. 르메트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압축된 양자 하나에서 우주가 시작되었다고 보고 그것을 ‘원시원자’(primordial atom), ‘우주 달걀’(cosmic egg)로 지칭한다. 그는 우주의 시작점을 ‘과거가 없는 지금’으로 표현했다. 『네이처Nature』지는 이 말을 ‘어제가 없는 오늘’로 번역했다. 우주가 시작되기 전에는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빅뱅우주론에서 빅뱅은 우주의 생일이며 시공간의 탄생을 의미한다.
허블: 외부 은하 발견
우리 은하 밖에 외부 은하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사람은 허블(Edwin Hubble)이다. 그는 커티스Heber Doust Curtis와 섀플리Harlow Shapley의 논쟁(우리 은하 밖 외부 은하의 존재 유무)에 종지부를 찍으며 1924년 안드로메다 성운이 우리 은하에 포함된 것이 아니라 90만 광년 떨어진 외부 은하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후 인간이 알고 있던 우주의 크기 자체도 비약적으로 커지게 된다.
또한 허블은 외부 은하의 스펙트럼 중 흡수선이 붉은 쪽으로 치우치는 정도를 연구하여 외부 은하가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밝히는데 이것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는 은하의 후퇴 속도가 그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하는 관계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정리하였는데 이것을 허블의 법칙이라고 한다. 허블의 법칙을 통해 우리는 우주의 크기와 나이를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우주의 크기와 나이를 말할 때 이 허블의 법칙을 이용한 결과이다.
가모브: 빅뱅 이후의 핵융합과정
현대 빅뱅우주론을 이야기할 때 가모브George Gamow(1904~1968, 러시아)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스승인 프리드만으로부터 배운 역동적으로 진화하는 우주론 개념과 당시 발전하던 원자 핵물리학의 성과를 결합하여 오늘날 빅뱅우주론의 기초를 다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가모브가 현대 빅뱅우주론을 정립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러시아에서 그는 프리드만에게서 직접 우주론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곧 스승인 프리드만이 사망하자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건너가 핵물리학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르메트르는 최초의 응축된 우주의 모습을 초기 원자로 불렀다. 가모브는 이것을 웹스터 사전에서 찾은 ‘옐름’(yelm: 모든 물질이 될 수 있는 원시물질)이라는 단어로 대체한다. 당시 과학자들은 원자가 양성자와 중성자의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었다. 그는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시간을 거꾸로 돌렸다. 우주에 있는 물질이 한 곳으로 모이고 심하게 압축되면 점점 온도와 밀도가 엄청나게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고온 고압의 상태가 되면 원자는 쪼개지면서 원자핵과 전자로 모두 분리될 뿐만 아니라 원자핵조차 양성자와 중성자로 분리될 것이다. 즉 우주의 초기 상태는 매우 고온 고압의 상태여서 원자는 분리되어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의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다가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낮아지면 다시 양성자와 전자가 결합한 수소와,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가 결합하는 헬륨이 합성될 것이다.
가모브는 그의 제자인 앨런과 더불어 우주의 팽창과 더불어 온도가 하강하면서 생기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비율 변화를 수학적으로 계산해내고 이것이 실제 우주의 수소 헬륨 비율과 일치함을 보였다. 빅뱅을 통한 핵합성 과정을 밝혀낸 것이다. 빅뱅 이후 초기 우주에서는 수소와 헬륨이 합성되어 우주 공간에 퍼져 나가게 된 것이다.
이후 별(항성) 속에서 핵융합 과정을 통해 헬륨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되는 과정이 일련의 과학자들을 통해 밝혀진다. 결국 이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생성원인과 과정이 빅뱅우주론에 의해 밝혀지게 된 것이다.
첨단 과학과 공학이 집대성된 우주론
이렇게 빅뱅우주론은 한 사람의 과학자가 아닌, 수많은 과학자들이 논쟁과 경쟁을 통해 발전된 것이다. 아인슈타인Einstein 이후 프리드만Friedmann, 허블Hubble, 르메트르Lematre를 거쳐 가모브Gamow의 뜨거운 빅뱅이론, 앨퍼Ralph Alpher와 허만Robert Herman의 우주배경복사 예언, 구스Alan Guth의 인플레이션 우주론, 1964년 펜지어스Arno Allan Penzias와 윌슨Robert Woodrow Wilson의 우주배경복사 발견 등의 역사적 과정을 거쳐 정립된다. 여기에는 핵물리학, 전자기학, 광학 등 첨단과학과 공학이 집대성되어 역할을 한다. 이렇게 발전한 우주론을 종합하여 오늘날 현대우주론을 ‘빅뱅우주론’(대폭발 우주론)이라 하는 것이다. 이는 우주의 표준 모형, 조화우주론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이 양자量子역학과 일반상대성 이론, 열역학 등을 통합하여 양자우주론Quantum cosmology을 도입한 이후 막우주론Brane theory, 다중우주론Multiverse theory, 순환우주론 등의 다양한 우주론이 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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