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하는 것은 원시(原始)로 반본(返本)하는 때다. ‘원시’라 하는 것은‘본래 제가 생긴 모습’을 말한다. 해서
‘원시반본’이란‘제 뿌리, 제 바탕, 저 생긴 제 모습으로 다시 환원을 한다’는 말이다.
봄철에 씨알 하나를 집어던지면 여름철 내내 커서, 가을철에 가서 알캥이를 맺어 놓는다. 알캥이 맺는 것은 제가 맺고 싶어서 맺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만유의 생명이라는 것이 가을철에 가서는 다 씨알을 맺는다. 자기가 의도하지 않아도 말이다.
알캥이를 여문다는 것은 본래 저 생긴 모습대로 제 씨를 전하는 것이다. 팥 낱이 하나 땅에 떨어지면, 그게 저절로 커서 열었든지 아니면 사람이 가꿔서 열었든지 간에 가을에는 팥 알캥이가 열리고, 또한 콩 낱이 하나 떨어지면 거기서 콩 알캥이가 여문다. 그것이 바로 제 본모습으로 환원을 한 것이다. 팥은 팥 모습대로 콩은 콩 모습대로. 이것이 바로 원시반본이다.
또한 모든 초목이 가을철이 되면 이파리는 다 떨어지고 그 이파리에 공급되던 진액은 전부 뿌리로 되돌아간다. 원시로 반본을 하는 것이다. 아주 조그만 잔디서부터 몇 십 길 되는 커다란 나무까지, 다 똑같다. 제 뿌리가 제 고향이다!
그렇게 진액이 뿌리로 돌아가야 겨울에 폐장을 한다. 다시 말해서 뿌리에 진액을 축적하고 동면(冬眠)을 하다가 새봄이 오면 다시 새싹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진액을 흩어버릴 것 같으면 나무는 고사(枯死)해버리고 다시 살 수가 없다. 그와 같이 사람도 또한 원시반본을 하지 않고 제 조상, 제 뿌리를 배반할 것 같으면 뿌리가 끊겨서 제 생명체가 고사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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